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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4 전쟁 — 하이닉스의 70% 독주와 삼성의 반격 · AI 반도체 투자 교과서 ②

SK하이닉스는 어떻게 HBM 70%를 장악했을까요? 10년의 선점, MR-MUF, 삼각동맹이라는 3가지 비결과 HBM4 최초 양산으로 반격에 나선 삼성전자까지 정리했습니다.

1편에서 HBM이 뭔지, 왜 ‘AI 시대의 쌀’인지 정리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증이 남죠. 만들 수 있는 회사가 SK하이닉스·삼성전자·마이크론 셋이나 되는데, 왜 하이닉스만 그렇게 잘나갔을까요? 한때 점유율 70%. 메모리 만년 2등이던 회사가 어떻게 이 시장을 독식했고, 그리고 지금 — 그 판이 왜 흔들리고 있는지. 오늘은 이 승부의 속사정입니다.

70%는 어디서 나온 숫자인가

시장조사기관 집계로 2025년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 점유율은 약 70%에 달했습니다.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이 나머지를 나눠 가진, 사실상의 독주 체제였죠. 하이닉스 주가가 삼성전자보다 먼저, 더 가파르게 오른 배경이자 “400만닉스” 같은 목표주가의 근거가 된 숫자입니다. 이 독주는 우연이 아니라 세 가지 비결이 쌓인 결과였습니다.

SK하이닉스가 HBM 70%를 가져간 3가지 비결 도해

비결 ① 10년 먼저 시작한 동맹

1편에서 봤듯 HBM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회사가 2013년의 SK하이닉스입니다. 문제는 그때는 AI 붐이 오기 한참 전이라 사줄 사람이 별로 없었다는 거예요. 삼성전자가 “시장이 작다"며 힘을 뺀 사이, 하이닉스는 이 비인기 종목을 묵묵히 파고들며 엔비디아와 협력 관계를 쌓았습니다.

그리고 2022년 챗GPT가 세상을 뒤집자 상황이 급변합니다. 엔비디아 AI 칩에 들어갈 HBM3를 제때, 제대로 공급할 수 있는 회사는 사실상 하이닉스뿐이었습니다. 반도체에서 고객 인증(퀄 테스트)은 통과에 수개월~1년이 걸리는 관문이라, 먼저 신뢰를 쌓은 회사를 나중에 따라잡기가 몹시 어렵습니다. 10년의 선행 투자가 독점적 지위로 돌아온 겁니다.

비결 ② 수율을 잡은 MR-MUF

1편에서 “HBM은 한 층만 불량이어도 전체를 버려야 해서, 수율 잡은 회사만 돈을 번다"고 했죠. 하이닉스가 그 수율을 잡은 무기가 MR-MUF라는 독자 패키징 공법입니다. 칩을 쌓은 뒤 칩 사이사이에 액체 보호재를 주입해 한 번에 굳히는 방식인데, 경쟁사가 쓰던 필름형 방식 대비 열 방출이 좋고 생산이 빠르며 불량률이 낮았습니다.

같은 HBM을 만들어도 하이닉스는 팔 수 있는 양품이 더 많이 나오는 구조 — 이게 실적 격차의 직접적인 원인이었습니다.

비결 ③ ‘안전 운전’ 전략과 삼각동맹

차세대 HBM4에서 하이닉스의 선택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D램 층은 이미 완벽히 검증된 기존 공정(1b)을 재활용해 양산 리스크를 줄이고, 맨 아래층인 베이스 다이는 파운드리 1위 TSMC와 협력해 만들기로 했습니다. HBM4부터는 고객사마다 기능을 맞춤 설계하는 수요가 커지는데, 이를 로직 공정 최강자에게 맡긴 거죠. 엔비디아-TSMC-하이닉스로 이어지는 ‘AI 삼각동맹’이라 불리는 구도입니다.

그런데 판이 흔들린다 — 삼성의 반격

여기까지가 독주의 비결이라면, 이제부터가 투자자에게 더 중요한 부분입니다. 올해 초, 삼성전자가 HBM4를 세계 최초로 양산하며 엔비디아 공급을 뚫었습니다. AMD에도 공급을 시작했고요. 스펙도 공격적입니다. 요구 속도(10Gbps)를 훌쩍 넘긴 11.7Gbps에, 한 세대 앞선 D램 공정(1c)과 4나노 베이스 다이를 앞세웠습니다. 하이닉스의 ‘검증된 공정’ 전략과 정반대인 ‘최신 공정 정면돌파’가 이번엔 통한 겁니다.

HBM 점유율 변화 — 하이닉스 독주에서 3파전으로

시장 전망도 달라졌습니다. 2026년 HBM 점유율은 하이닉스 50%, 삼성전자 28%, 마이크론 22% 수준으로, 독주에서 3파전으로 재편된다는 게 시장조사기관들의 관측입니다. 다만 짚어둘 점 — 엔비디아 차세대 플랫폼 ‘루빈’의 HBM4 수요가 워낙 커서 한 회사가 물량을 다 감당할 수 없다는 게 중론입니다. 점유율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이지, 누군가의 파이가 사라지는 게임이 아니라는 거죠.

투자자의 관전 포인트

  • 하이닉스: 독주 프리미엄이 주가에 반영돼 있는 만큼, 점유율 하락 속도가 관건입니다. 다만 50%도 여전히 압도적 1위이고, 수율(=수익성) 우위가 유지되는지가 핵심 체크포인트입니다.
  • 삼성전자: HBM 열세가 주가 할인 요인이었던 만큼, HBM4 반격이 실제 물량과 실적으로 이어지면 재평가 여지가 있습니다.
  • 시장 전체: 경쟁 심화 ≠ 시장 축소. 루빈발 수요 자체가 커지는 국면이라, 3사 모두 매출이 늘면서 점유율만 재배분되는 시나리오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정리

  • 하이닉스의 70%는 10년의 선점(엔비디아 신뢰) + MR-MUF 수율 + 안전 운전 전략이 쌓인 결과였습니다.
  • 올해 삼성전자가 HBM4 세계 최초 양산·공급으로 반격에 성공하며, 시장은 독주에서 3파전으로 재편되는 중입니다.
  • 루빈발 수요가 워낙 커서 파이 자체가 커지는 국면 — 점유율 변화 속도와 각사 수율이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입니다.

다음 3편에서는 두 회사의 체급 차이, 즉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사업 구조가 어떻게 다른지를 해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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