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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게임 만들기 #10 — 두 번 만들고 두 번 버렸습니다 (공개빌드 #10)

게임 랩의 열 번째 게임을 두 번 만들었고, 두 번 다 버렸습니다. 채점도 정확했고 밸런스도 시뮬레이션으로 맞췄는데 재미가 없었습니다. 난이도는 측정할 수 있어도 재미는 측정할 수 없다는 걸, 두 개를 버리고서야 알았습니다. 버린 시제품 둘 다 직접 눌러볼 수 있습니다. 공개빌드 10편.

지난 편의 오디세이아에 이어, 열 번째 게임을 만들었습니다. 두 번 만들었고, 두 번 다 버렸습니다.

그래서 이번 편에는 새 게임이 없습니다. 대신 두 번 물린 이야기를 씁니다.

버린 두 개는 지우지 않고 그대로 올려뒀습니다. 게임 랩 목록에는 없지만 주소로는 들어갈 수 있어요. 읽으시다가 궁금하면 직접 눌러보세요.

👉 첫 번째 시제품 — 오늘의 주사위 · 두 번째 시제품 — 한 번 더

열 번째는 그림 없는 게임으로 가려 했습니다

지금까지 만든 게임들은 ComfyUI로 그린 이미지를 씁니다. 그런데 이미지는 유한합니다. 아무리 많이 그려도 언젠가 나왔던 게 또 나오고, 그때부터 흥미가 떨어지죠.

그래서 이번엔 그림 없이 만들자고 정했습니다. 주사위 눈까지 CSS 점으로 찍는 게임. 이 판단 자체는 지금도 맞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 — 완성했는데 손이 안 갔습니다

야추(Yacht) 방식으로 만들었습니다. 주사위 다섯 개를 세 번까지 굴려 열두 개 족보를 채우는 게임.

잘 돌아갔습니다. 족보 채점은 경계값까지 열여덟 가지를 검증했고, 보너스도 라운드 진행도 정확했습니다. 파일 하나 21KB, 그림 한 장 안 썼습니다.

그리고 열었는데 — 손이 안 갔습니다.

첫 번째 시제품 — 열두 칸에 숫자를 채우는 화면

처음엔 설명이 부족한 줄 알았습니다. 점수판에 포카드 풀하우스 S.스트레이트라고만 적혀 있었으니까요. 뭘 만들어야 그 점수가 나는지가 화면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야추를 아는 사람만 읽을 수 있는 화면이었죠.

그런데 규칙을 다 정리하고 나서도 그대로였습니다. 문제는 설명이 아니었습니다.

야추엔 긴장이 없습니다

긴장 곡선 비교 — 야추는 한 판 내내 평평하고, 푸시-유어-럭은 굴릴 때마다 치솟았다 터진다

잃을 게 없습니다. 매 라운드 무조건 점수를 챙기고 넘어갑니다. 0점을 박아도 그냥 다음 라운드죠. 위험이 없으면 긴장도 없습니다.

결정이 스릴이 아니라 숙제입니다. “5의 합 20점이냐 포카드 23점이냐"는 심장이 뛰는 선택이 아니라 계산 문제입니다. 최적해가 있어서, 익숙해지면 기계적으로 두게 됩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 야추는 원래 여럿이 둘러앉아 떠들면서 하는 게임입니다. 재미의 절반이 사람인데, 혼자 폰으로 하면 그게 빠지고 엑셀 채우기만 남습니다.

두 번째 — 이번엔 숫자로 맞췄습니다

갈아엎었습니다. 같은 주사위인데 매 순간 결정이 있는 방식으로요.

굴려서 점수 나는 눈만 챙기고, 남은 걸로 또 굴릴지 멈출지 고릅니다. 굴렸는데 점수 나는 눈이 하나도 없으면 그 라운드는 전부 소멸.

두 번째 시제품 — 한 번 더 굴릴지 멈출지 고르는 화면

이번엔 감으로 안 맞추고 자동 플레이어를 3천 판씩 돌렸습니다. 겁쟁이(한 번 챙기고 바로 멈춤), 신중(터질 확률 30%에서 멈춤), 욕심(45%까지), 무모(터질 때까지).

주사위 다섯 개일 땐 라운드당 굴림이 평균 1.8회였습니다. 두 번 굴리면 라운드가 끝나니 긴장이 쌓일 틈이 없었죠. 여섯 개로 늘리자 최적점이 생겼습니다.

전략평균 점수
겁쟁이1058
신중1343
욕심1082
무모0

덜 굴려도 손해, 더 굴려도 손해. 원하던 모양이었습니다.

짐작이 또 틀렸습니다

라운드가 아직 짧게 느껴져서, 파클(Farkle)의 고전 규칙을 떠올렸습니다. “최소 300점을 넘겨야 멈출 수 있다.” 강제로 더 굴리게 만드니 긴장이 늘겠거니 했죠.

재보니 정반대였습니다.

겁쟁이신중격차
최소 없음10581343+27%
최소 300점12821321+3%

최소 점수는 긴장을 더한 게 아니라 결정을 없앴습니다. 모두를 같은 플레이로 몰아버려서, 잘 두든 못 두든 점수가 비슷해졌습니다. 그대로 넣었으면 게임을 망칠 뻔했습니다.

다 맞췄는데 재미가 없었습니다

확률까지 버튼에 그대로 띄웠습니다. “한 번 더 — 2개 · 터질 확률 44%” 옆에 “멈추기 — 550점 확정”. 확률을 보여주니 결정이 진짜 결정이 되더군요.

그리고 다시 열었는데 — 여전히 재미가 없었습니다.

여기서 접었습니다. 규칙을 통째로 바꿔서 두 번 만들었는데 두 번 다 안 걸렸으면, 문제는 규칙이 아니라 장르입니다.

답은 이미 제 게임 목록에 적혀 있었습니다

버리기로 하고 나서야 지금까지 만든 걸 다시 봤습니다.

게임재미의 정체
🗑️ 종이 농구당겨서 놓고 → 날아가는 걸 본다
🎣 심해 낚시챔질하는 찰나의 손맛
🪐 우주 진화떨어뜨리면 터지듯 합쳐진다
🍰 디저트 탑타이밍 맞춰 딱

제가 제일 아끼는 것들은 죄다 손과 눈으로 하는 게임이었습니다. 결과가 0.5초 안에 몸으로 옵니다.

주사위는 야추든 파클이든 머리로 숫자를 판단하는 게임입니다. 화면에 움직이는 게 없어요. 제가 뭘 만들면 재밌어하는지는 이미 만들어놓은 것들에 다 적혀 있었는데, 정작 저만 그걸 안 보고 있었습니다.

“그래픽 줄이자"가 “화면이 안 움직인다"가 됐습니다

이번에 제가 세운 조건은 **“이미지 에셋을 줄이자”**였습니다. 그런데 만들다 보니 어느새 **“화면이 움직이지 않아도 된다”**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이 둘은 전혀 다릅니다. 그림 파일이 없는 것과 화면이 정지해 있는 건 다른 문제입니다. 도형과 선만으로도 얼마든지 움직일 수 있는데, 저는 한 번에 둘 다 없애버렸습니다.

바이브 코딩을 하면서 계속 겪는 일인데, 조건을 애매하게 잡으면 결과는 가장 극단으로 갑니다. “줄이자"라고 하면 “없애자"가 되어 돌아옵니다. 이번엔 그걸 눈으로 확인할 때까지 몰랐습니다.

이번에 배운 것

재미는 측정이 안 됩니다.

지난 편들에서 저는 측정으로 많은 걸 잡았습니다. 병합할수록 공간이 남는 구조적 결함도, 배경이 아니라 대비가 문제였던 것도, 화면이 시키는 대로 하면 지는 판도 숫자가 알려줬습니다. 이번에도 측정은 제대로 작동했습니다. 밸런스는 잡혔고, 확률은 정확했고, 틀린 짐작도 잡아냈습니다.

그런데 그게 재미를 만들어주진 않았습니다.

숫자로 답할 수 있는 건 어떻게 만들 것인가까지였습니다. 무엇을 만들 것인가는 재보기 전에 정해야 하는 문제였고, 저는 거기서 두 번 틀렸습니다.

그래서 다음부터는 순서를 바꾸기로 했습니다. “이 게임의 재미는 정확히 이 순간이다"를 한 문장으로 먼저 적고 시작합니다. 그 문장이 안 써지면 만들지 않습니다. 완성한 뒤에 재미를 묻는 건 늦습니다. 두 번 버리고서 알았습니다.

목록을 다시 짰습니다

다음에 만들 후보에서 머리로 계산하는 게임을 통째로 걷어냈습니다. 주사위도, 카드 배치도, 암산도 뺐습니다. 대신 그림 없이도 화면이 움직이는 게임으로 다시 채웠습니다.

버린 두 개가 아깝진 않습니다. 두 번 만들어보고서야 제가 뭘 만들면 안 되는지 알았으니까요. 아홉 개를 만드는 동안 몰랐던 걸, 열 번째를 버리면서 알았습니다.


버린 시제품 둘은 그대로 열어뒀습니다. 어디가 재미없는지 직접 확인해 보셔도 좋고요. 저는 두 번째가 그래도 좀 낫다고 생각하는데, 어느 쪽도 다시 켜고 싶진 않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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